2025년 하반기, 유비소프트가 AI로 생성한 NPC 대화 시스템을 시연했을 때 업계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쪽에서는 "게임 개발의 혁명"이라 환호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개발자 일자리의 종말"을 우려했다. 2026년 현재, AI는 게임 개발의 거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AI 시대에 게임 개발자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미 현실이 된 AI 개발 도구들
AI가 게임 개발에 활용되는 사례는 이미 우리 주변에 넘쳐난다.
프로시저럴 콘텐츠 생성은 AI 활용의 가장 성숙한 분야다. 노 맨스 스카이(No Man’s Sky)가 수십억 개의 행성을 절차적으로 생성한 것은 2016년의 일이다. 2026년의 AI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단순한 지형 생성을 넘어 "이야기가 있는 도시"를 통째로 만들어낸다. 가게마다 주인이 있고, 주인에게는 배경 서사가 있고, 그 서사가 전체 세계관과 맞물리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AI 기반 QA 및 밸런싱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EA는 FIFA(현 EA Sports FC) 시리즈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수천 시간 분량의 매치를 시뮬레이션하고, 밸런스 패치 후보를 자동 생성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 테스터가 수개월 걸릴 작업을 AI는 며칠 만에 처리한다.
대화 생성 AI는 가장 논쟁적인 영역이다. 인월드(Inworld AI)와 컨빅트(Convai) 같은 스타트업은 NPC가 플레이어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엔진을 개발했고, 여러 AAA 스튜디오가 이를 테스트 중이다. 그러나 "뜬금없는 말을 하는 NPC"나 "세계관에 맞지 않는 응답" 같은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사라지는 직군, 진화하는 직군
솔직히 말하자. AI로 인해 일부 직군의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반복적인 에셋 제작, 단순 코드 작성, 기초적인 레벨 디자인, 번역 등의 영역에서 AI의 생산성은 이미 인간을 압도한다. 미드저니(Midjourney)와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으로 컨셉 아트를 생성하고, GitHub Copilot으로 보일러플레이트 코드를 자동 완성하는 것은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일상이다.
반면 더 중요해지는 역할도 있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AI가 만드는 수백 개의 선택지 중에서 "진짜 재미있는 것"을 골라내는 안목은 오직 인간의 영역이다
- AI 트레이너/프롬프트 엔지니어 — AI 도구를 게임의 톤과 맥락에 맞게 조율하는 새로운 직군
- 시스템 디자이너 — AI가 생성한 콘텐츠들이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설계자
- 내러티브 디자이너 — AI가 대화를 생성하더라도, 감동적인 서사의 뼈대는 여전히 인간이 만든다
- 윤리 감수자 — AI가 부적절한 콘텐츠를 생성하지 않도록 가드레일을 설계하는 역할
인디 개발의 황금기가 온다
AI가 가져올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인디 게임 개발의 진입 장벽 하락이다. 과거에는 한 명의 인디 개발자가 AAA급 비주얼의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AI 도구의 발전으로 1~3인 팀이 과거 50인 팀의 결과물에 준하는 품질을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2025년 스팀 인디 게임 중 AI 도구를 활용해 제작된 타이틀의 비중은 약 15%로,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SteamDB 집계). 이 트렌드는 2026년에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남는 본질적 질문
마지막으로,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본질적인 질문이 남는다. "AI가 만든 게임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
젤다의 전설 시리즈가 30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래픽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미야모토 시게루의 어린 시절 모험 경험이 게임 디자인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언더테일이 인디 게임의 전설이 된 것은 토비 폭스 한 사람의 유머와 인간 관찰이 매 순간 느껴지기 때문이다.
AI는 이러한 "인간적 경험의 결정체"를 아직 만들어낼 수 없다. 그리고 아마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게임 개발자가 AI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며, 동시에 개발자 스스로가 가장 갈고닦아야 할 역량이기도 하다.
AI는 도구다. 그것도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구다. 이 도구를 어떻게 쓸 것인지는 결국 인간의 몫이다.
